주식

섀넌의 도깨비 :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돈을 버는 마법

도기 2025. 11. 26. 10:34

섀넌의 도깨비(Shannon's Demon)

 

이름부터 기이한 이 이론은 현대 정보통신 이론의 아버지라 불리는 천재 수학자 클로드 섀넌(Claude Shannon)이 고안했다.

 

"주가가 우상향하지 않고 제자리걸음만 해도 돈을 벌 수 있다?"

 

언뜻 들으면 사기 같지만, 여기에는 확실한 수학적 증명이 숨어 있다. 오늘은 이 도깨비가 부리는 마법에 대해 이야기 해볼 것이다.

 

1. 끔찍한 주식 A의 이야기

이해를 돕기 위해 극단적인 가상의 주식 A가 있다고 가정한다. 이 주식은 동전 던지기처럼 움직인다.

  • 1일 차 : 2배 폭등 (+100%)
  • 2일 차 : 반토막 폭락 (-50%)
  • 이 패턴이 무한 반복

당신이 이 주식에 2,000만 원을 몰빵 투자하고 그냥 두었다고 가정해 보자.

  • 시작 : 2,000만 원
  • 1일 차(+100%) : 4,000만 원 (와! 대박!)
  • 2일 차(-50%) : 2,000만 원 (아...본전이네)

결국 주식 A의 가격은 100% 오르고 50% 내리기를 반복하며 제자리걸음을 한다.

 

10년을 투자해도 수익은 0원이다. 심지어 수수료를 떼면 마이너스일 것이다. 변동성만 있고 성장은 없는 최악의 주식이다.

 

2. 도깨비의 등장 (50:50 자산배분 + 리밸런싱)

 

이제 클로드 섀넌의 방식을 적용해 보자.

 

주식에 몰빵하는 대신, 현금과 주식을 반반(50:50) 섞고 매일 비율을 다시 맞춘다(리밸런싱).

 

[초기 세팅]

  • 내 자산 : 2,000만 원
  • 투자 : 현금 1,000만 원(50%) : 주식 1,000만 원(50%)

[1일 차: 주식 100% 폭등]

  • 주식: 1,000만 원 → 2,000만 원
  • 현금: 1,000만 원(그대로)
  • 총자산 : 3,000만 원
  • 리밸런싱 : 주식이 높아졌으니 팔아서 다시 50:50으로 맞춤. (주식 1,500 : 현금 1,500)

[2일 차: 주식 50% 폭락]

  • 주식: 1,500만 원 → 750만 원 (-50%)
  • 현금: 1,500만 원 (그대로)
  • 총자산: 2,250만 원

주식 가격은 어제 올랐다가 오늘 떨어져서 제자리로 돌아왔는데, 총 자산은 2,000만 원에서 2,250만 원으로 12.5% 늘어났다.

 

주가가 오르지 않았는데 수익이 생겼다. 이것이 바로 '섀넌의 도깨비'다.

 

3. 도깨비의 정체 : 변동성 수확 (Volatility Harvesting)

도깨비가 마법을 부린것이 아니다. 리밸런싱 과정에서 아주 상식적인 투자의 원칙이 지켜졌기 때문이다.

  1. 1일 차(폭등): 주식이 비싸졌을 때 일부를 팔아 현금화했다. (고점 매도 / 이익 실현)
  2. 2일 차(폭락): 주식이 싸졌을 때(비율을 맞추기 위해) 현금으로 주식을 추가매수 했다. (저점 매수)

주가가 위아래로 미친 듯이 날뛸 때마다, 우리는 리밸런싱을 통해 기계적으로 '쌀 때 사고 비쌀 때 파는' 행위를 반복하게 된다.

 

섀넌의 도깨비는 이 변동성의 에너지를 깎아서 내 계좌의 수익으로 차곡차곡 쌓아준다.

 

4. 실전 투자에 주는 교훈

물론 현실에서는 수수료와 세금 때문에 매일 리밸런싱을 할 수는 없다. 하지만 이 이론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.

  1. 변동성을 두려워하지 마라 : 변동성이 큰 자산(비트코인, 레버리지 ETF, 급등주 등)은 몰빵하면 독이 되지만, 안전자산(현금, 채권 등)과 섞어서 리밸런싱 하면 최고의 수익원이 된다.
  2. 리밸런싱은 귀찮은 일이 아니다 : 리밸런싱은 단순히 비율을 맞추는 귀찮은 숙제가 아니다. 보이지 않는 도깨비를 부려 수익을 확정 짓는 시간이다.
  3.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섞어라 : 한쪽이 오를 때 한쪽이 그대로거나 떨어져야 이 효과가 극대화된다. (주식과 현금, 주식과 채권, 주식과 비트코인 등)

 

5. 결론 : 투자는 예측이 아니라 대응이다

 

많은 사람이 "내일 오를 종목"을 찾기 위해 밤을 새운다. 하지만 섀넌의 도깨비는 말해준다.

 

종목이 우상향하지 않고 그저 위아래로 움직이기만 할지라도, 시스템(자산배분+리밸런싱)이 주는 원칙만 지킨다면 이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.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동적 자산배분 강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.

 

시장을 예측하려 하지 말고 변동성을 즐기며 과실을 얻자.